폭염 속 마트 오토바이 배달, 주문 한 건 뒤에 숨은 노동을 생각하다
여름이면 마트 안과 밖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
매장 안에서는 에어컨이 돌아간다. 손님들은 시원한 매장에서 장을 보고 직원들도 냉방이 되는 공간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 그런데 같은 마트 직원이면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시원한 공간을 떠나 한여름 도로 위로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오토바이로 상품을 배달하는 배달 직원들이다.
최근 폭염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마트의 배달 직원들이 떠올랐다. 평소에는 너무 익숙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장면들이 하나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마트에서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상품을 준비하고, 오토바이에 싣고, 주소를 확인한 뒤 출발한다. 겉으로 보면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이 평범한 과정 하나하나가 상당한 체력 소모를 요구한다.
오토바이는 에어컨이 없는 업무 공간이다
자동차 배송이라면 잠시라도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다르다.
헬멧을 쓰고 햇빛을 그대로 받으며 달려야 한다. 신호에 걸리면 더 힘들다. 한낮의 아스팔트에서는 아래에서도 열기가 올라온다. 햇빛은 위에서 내려오고 도로에서 올라오는 복사열까지 더해진다.
시사IN의 과거 폭염 노동 취재에서도 배달 라이더가 한낮의 햇빛을 피할 곳이 거의 없고, 장시간 폭염에 노출된 뒤 오토바이에서 내릴 때 어지럼증을 느끼는 상황이 소개된 바 있다.
마트 배달은 여기에 또 하나의 어려움이 있다.
배달하는 물건이 항상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라면 한 상자나 과자 몇 봉지만 배달하는 날도 있지만 마트 상품에는 생수, 음료, 쌀, 세제처럼 무거운 상품이 포함될 수 있다. 오토바이에서 물건을 내린다고 일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라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여러 봉지를 양손에 들고 몇 층을 오르내린 뒤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 다음 배달을 가야 한다.
이 과정이 한 번이면 모르겠지만 배달 주문이 몰리는 날에는 계속 반복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더운 날 배달은 더 필요하다
여름철 배달의 가장 어려운 점은 여기에 있다.
날씨가 너무 더우면 사람들은 밖에 나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마트에 직접 오는 대신 전화나 앱을 통해 주문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이렇게 더운데 집에서 받아보자.”
그러나 그 주문을 집까지 가져다주는 누군가는 결국 그 더위 속으로 나가야 한다.
에어컨이 켜진 집에서 주문 버튼을 누르는 순간, 다른 한 사람은 헬멧을 쓰고 달궈진 도로 위를 달리는 것이다.
마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 사실은 생각보다 무겁게 다가왔다.
배달이 많다는 것은 매출 측면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고객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마트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주문이 많다는 이유로 직원에게 무조건 빨리 움직이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
나는 이제 여름철만큼은 조금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빨리 다녀오세요”보다 먼저 해야 할 말
마트에서는 고객의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배달이 늦어지면 매장으로 전화가 올 수도 있다.
“아까 주문했는데 아직 안 왔어요?”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전화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배달 직원에게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어디예요?”
“조금 빨리 와주세요.”
“다음 배달 기다리고 있어요.”
하지만 폭염이 심한 날에는 이 말 한마디가 직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오토바이는 자동차보다 작은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더위로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서두르는 것은 더 위험하다.
그래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배달 속도보다 배달 직원의 상태다.
10분 빨리 도착하는 것보다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고객에게도 필요하다면 “폭염으로 인해 배달 시간이 조금 늦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물 한 병과 20분의 휴식이 비용일까
예전에는 직원이 잠시 앉아 있으면 일이 밀리는 것부터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폭염 속에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폭염안전 기본수칙으로 시원한 물, 냉방장치나 그늘, 적절한 휴식, 보냉장구, 온열질환 발생 시 신속한 응급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체감온도 33℃ 이상 폭염작업에서는 장시간 연속작업을 피하고 2시간 이내 20분 이상의 휴식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트에서도 거창한 시설부터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원이 언제든 차가운 물을 마실 수 있게 하고, 한 차례 배달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충분히 몸을 식힐 수 있도록 하고, 가장 뜨거운 시간대에는 배달 간격을 조금 넓힐 수 있다.
쿨토시나 냉감조끼 같은 장비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이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다.
“오늘 너무 더운데 잠깐 쉬었다 가겠습니다.”
직원이 이렇게 말했을 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사업장이 되어야 한다.
고객 서비스와 직원 안전은 반대말이 아니다
마트를 운영하면서 나는 고객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늘 생각해왔다.
하지만 좋은 서비스가 반드시 직원의 희생 위에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직원이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고객 서비스에도 도움이 된다.
지친 직원에게 계속 속도를 요구하면 결국 서비스 품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름철 배달시간이 평소보다 10분 늦어지더라도 직원이 충분히 물을 마시고 몸을 식힌 뒤 안전하게 출발하는 것이 낫다.
그것이 직원에게도 좋고 고객에게도 좋으며 결국 마트에도 좋은 선택이다.
배달 봉투만 보지 말고 그걸 가져온 사람도 봐야 한다
우리는 배달을 너무 편리하게 이용하면서 때때로 그 과정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문 앞에 놓인 생수 한 묶음과 장바구니를 보면 상품만 보인다.
하지만 그 물건은 저절로 온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마트에서 물건을 골라 담았고, 무거운 짐을 오토바이에 실었으며, 한여름 뜨거운 도로를 달려 집 앞까지 가져왔다.
나는 마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올해 여름을 보내며 배달이라는 일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빠른 배달도 중요하다.
친절한 서비스도 중요하다.
매출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먼저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
아침에 출근한 직원이 하루 일을 마치고 아무 사고 없이 건강하게 퇴근하는 것이다.
앞으로 여름이 점점 더 뜨거워진다면 마트의 배달 서비스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빨리 배달했는가”보다
“얼마나 안전하게 일했는가.”
그 기준이 우리 같은 동네 마트에서도 조금씩 자리 잡았으면 한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