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앉아 일하는 장애인, 마트에서 다시 배운 혈관 건강 관리


 

마트는 건강한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 곳이다. 채소와 생선 코너가 있는가 하면 달콤한 음료, 과자, 즉석식품도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있다. 나는 오랫동안 마트 책임 관리자로 일하면서 수많은 상품을 보고 직원과 손님을 응대해왔다. 하지만 정작 내 식사와 건강은 매장 일보다 뒤로 밀릴 때가 있다.


나는 경추 손상으로 휠체어를 이용한다. 매장 안에서 직원들은 물건을 옮기고 진열대를 오가지만 나는 대부분 앉은 상태에서 운영 상황을 확인하고 판단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다를 수밖에 없다. 당뇨약을 복용 중인 내게 이 차이는 단순히 체중의 문제가 아니라 혈당과 콜레스테롤, 혈관 건강의 문제로 다가온다.


마트에 가득한 음식과 나의 한 끼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무엇을 먹을지 천천히 생각하기 어렵다. 준비가 안 된 날에는 눈에 잘 보이고 간편한 음식에 마음이 가기 쉽다. 마트를 운영한다고 해서 늘 완벽한 식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먹을 것이 가까이에 많기 때문에 ‘조금만’이라는 선택이 여러 번 반복되기 쉽다.


한편으로는 운동으로 소비하면 된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하지만 나는 식사 후 산책을 하거나 계단을 오를 수 없다. 일반인에게는 한 끼 뒤 걸으며 조절할 수 있는 부분도 내게는 어렵다. 그래서 식사를 선택하는 순간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먹은 것을 운동으로 만회할 수 없다는 불안에 사로잡히기보다 처음부터 양과 구성을 의식하는 편이 내 현실에 맞다.


그렇다고 먹는 즐거움을 모두 포기하거나 굶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활동량이 적다는 이유로 영양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극단적인 절식이 아니라 단 음료와 잦은 간식을 줄이고, 짠 음식과 국물을 덜 먹으며,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무조건 배제하지 않고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이 함께 위험한 이유


고혈압은 혈액이 지나가는 혈관 벽에 강한 압력을 계속 가한다. 고혈당은 혈관 내피에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일으켜 손상을 촉진한다. 여기에 LDL 콜레스테롤이 손상된 혈관 벽으로 들어가 산화되면 면역세포가 모이고 플라크가 형성된다. 플라크가 혈관을 좁히거나 터져 혈전이 생기면 심근경색과 뇌경색 위험이 높아진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대부분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당장 아프지 않다고 혈관이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나는 이미 당뇨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혈당뿐 아니라 혈압과 이상지질혈증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당뇨 환자에게 대혈관 합병증은 중요한 위험이며, 질병관리청도 혈당 외에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함께 평가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운동 권고가 현실과 맞지 않을 때


건강정보에서는 흔히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라고 한다. 원칙 자체는 타당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법을 제시할 수는 없다. 장애로 일어나거나 걷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에게 “덜 앉으라”는 말만 반복하면 건강관리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모든 장애인이 운동을 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모든 휠체어 이용자의 기능이 같은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은 휠체어 스포츠나 상체 운동을 할 수 있지만 내 몸의 가능 범위는 다른 사람이 결정할 수 없다. 경추 손상 정도와 근력, 관절 상태, 복용약과 기저질환을 고려해야 하므로 새로운 운동이나 관절운동은 재활의학과 의료진에게 안전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운동이 어렵다면 다른 관리요소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처방약을 정해진 방법대로 복용하고,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며, 음식의 양과 나트륨·당류를 살피는 일이다. 흡연하지 않고 술을 피하거나 줄이는 것,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도 혈관 건강을 구성하는 요소다.


마트 책임자로서 달라진 식품 보는 법


예전에는 상품을 볼 때 가격과 판매 가능성을 먼저 생각했다면, 당뇨 환자가 된 뒤에는 영양정보도 눈에 들어온다. ‘저당’이나 ‘무설탕’이라는 앞면 문구만으로 건강식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총열량과 탄수화물, 당류, 지방, 포화지방, 나트륨을 함께 봐야 한다. 한 번에 먹는 실제 양이 표시된 1회 제공량보다 많다면 섭취량도 그만큼 늘어난다.


내가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마트 일은 늘 변수가 많고, 건강관리는 생각처럼 되지 않는 날도 있다. 다만 운동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달라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보인다. 음료 하나를 고를 때 당류를 확인하고, 국물을 남기고, 약 복용과 검사 일정을 놓치지 않는 작은 행동들이다.


혈관 건강은 한 번의 결심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특히 나처럼 장시간 앉아 생활하는 장애인은 일반적인 건강수칙을 그대로 따라 하지 못한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그 위에서 내 몸이 허락하는 방법을 찾고, 식사와 복약·검사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트에는 매일 새로운 상품이 들어오지만 내 몸은 새것으로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현재의 혈관을 지키는 선택을 해야 한다. 걷지 못한다고 관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한 끼와 한 번의 복약, 한 번의 검사를 쌓아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예방이다.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96/0000104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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