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 스마트폰을 보며 깨달은 것|아들 셋을 키운 부모의 SNS 사용 고민
저녁 식사를 위해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는데도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누군가는 짧은 영상을 보며, 또 다른 누군가는 게임 알림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몸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관심은 각자 손에 든 작은 화면 속에 머무는 것입니다.
아들 셋을 키우면서 이런 장면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밥 먹을 때는 휴대전화 좀 내려놓자”고 말하면서도 정작 저 역시 업무 연락이나 뉴스를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규칙을 말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자신의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최근 메타가 청소년 SNS 중독과 관련된 미국 주정부들의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최대 180억달러 규모의 합의에 나섰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배상금도 놀라웠지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청소년 이용시간을 하루 2시간으로 제한하고 심야 접속과 수업시간 알림을 차단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더욱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소식은 제가 세 아들을 키우면서 했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고민을 다시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것만 보고 끌게요”가 지켜지기 어려운 이유
아이에게 휴대전화를 그만 보라고 하면 자주 돌아오는 대답이 있습니다.
“이것만 보고 끌게요.”
부모 입장에서는 간단해 보입니다. 현재 보고 있는 영상이 끝나면 앱을 닫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짧은 영상 하나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영상이 재생됩니다. 게시물을 아래로 내리면 새로운 콘텐츠가 끝없이 나타나고, 앱을 닫으려고 할 때 친구의 메시지나 새로운 알림이 도착합니다.
결국 아이가 말한 ‘이것 하나’에는 명확한 끝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아이가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SNS의 작동 방식을 살펴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플랫폼은 이용자의 취향과 행동을 분석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계속 보여줍니다. 이용자가 오래 머물수록 광고를 더 많이 보여줄 수 있고, 그것이 기업의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에게만 절제력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성인인 저도 잠깐 뉴스를 확인하려다 관련 기사와 영상을 연달아 보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성인도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면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에게 의지만으로 멈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같은 집에서 자라도 사용 습관은 달랐다
세 아들은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은 서로 달랐습니다.
한 아이는 게임에 집중했고, 다른 아이는 친구와 대화하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또 다른 아이는 짧은 영상이나 새로운 정보를 찾아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같은 규칙을 적용해도 반응은 달랐습니다. 시간을 제한하면 다른 활동을 찾는 아이가 있는 반면, 왜 자신만 간섭하느냐며 불편해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사용시간은 짧지만 자극적인 콘텐츠를 주로 보는 경우도 있었고, 휴대전화를 오래 사용해도 친구들과 연락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몇 시간을 사용했는지만 확인해서는 아이의 스마트폰 생활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가 살펴봐야 할 것은 사용시간뿐만이 아닙니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용한 뒤 평소보다 예민해졌는지, 밤에 충분히 자고 있는지, 가족과의 대화가 줄었는지, 공부나 운동처럼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 본 내용 때문에 외모나 성적, 집안 형편을 다른 사람과 지나치게 비교하지 않는지도 중요합니다.
하루 2시간 제한이 갖는 의미
메타의 합의안에 따르면 18세 미만 이용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합해 하루 최대 2시간만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는 접속이 차단되고, 학교 수업시간에는 알림도 제한됩니다. 좋아요와 반응 수를 감추고, 청소년 계정을 기본적으로 비공개로 설정하는 보호조치도 포함됐습니다.
이런 기능은 부모의 부담을 어느 정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가정마다 별도의 규칙을 만들고 부모가 아이와 실랑이를 벌여야 했습니다.
플랫폼 자체에서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제공한다면 아이도 제한을 부모의 일방적인 통제로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심야 이용 제한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기에는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지만, 잠자리에 누운 뒤에도 친구의 메시지와 영상 알림이 계속되면 스스로 휴대전화를 내려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밤에 이용을 멈출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생긴다면 생활 리듬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하루 2시간 제한만으로 청소년 SNS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 아이가 유튜브나 틱톡으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의 승인을 받아 제한을 해제하거나 실제 나이와 다르게 계정을 등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하나의 플랫폼이 아니라 청소년이 이용하는 디지털 환경 전체를 살펴봐야 합니다.
식탁에서 시작한 우리 가족의 작은 규칙
저는 아이들의 스마트폰을 무조건 빼앗는 방식보다 가족이 함께 지킬 수 있는 작은 규칙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적용할 수 있는 곳은 식탁입니다. 식사하는 짧은 시간만큼은 가족 모두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부모도 예외가 없어야 합니다. 급하지 않은 전화와 메시지는 식사가 끝난 뒤 확인하고, 텔레비전도 가능하면 끄는 것이 좋습니다.
잠자기 전 일정 시간에는 휴대전화를 침대에서 멀리 두는 방법도 도움이 됩니다.
알람 때문에 휴대전화가 필요하다면 별도의 탁상시계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 왜 이 규칙이 필요한지 아이와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즐겨 보는 영상이나 관심 있는 크리에이터에 관해 물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부모가 처음부터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는 자신의 온라인 생활을 숨기게 됩니다.
반대로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으면 유해한 콘텐츠나 이상한 연락을 받았을 때 부모에게 먼저 말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규칙의 목적은 아이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데 있어야 합니다.
부모 책임과 플랫폼 책임을 나눠야 한다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의 관리 부족을 먼저 지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가정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부모는 생활 습관을 알려주고 아이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플랫폼의 책임도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청소년이 오래 머물도록 만든 추천 알고리즘과 반복 알림으로 수익을 얻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할 책임도 져야 합니다.
자동차 회사가 안전벨트와 에어백을 설치하듯이 SNS 플랫폼에도 청소년을 위한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부모가 안전운전을 가르치는 것과 자동차 회사가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서로 대신할 수 없는 책임입니다.
학교는 디지털 정보를 판단하는 방법과 개인정보 보호, 악성 댓글, 사이버폭력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정부 역시 청소년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가 균형을 이루도록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면을 끄라고 말하기 전에 해야 할 일
세 아들을 키우며 저는 좋은 부모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실패하며 올바른 습관을 만들어가도록 옆에서 기준을 잡아주는 사람이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과 SNS는 아이들의 생활에서 완전히 떼어놓기 어려운 도구가 됐습니다. 친구와 소통하고 새로운 정보를 배우며 자신의 관심사를 찾는 긍정적인 역할도 합니다. 따라서 무조건 금지하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화면을 끄라고 말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오래 봤니?”라고 묻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 무엇을 봤고 어떤 기분이 들었니?”라고 물어야 합니다.
메타의 하루 2시간 제한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의미 있는 출발입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플랫폼의 기능과 가정의 대화가 함께 움직일 때 가능합니다. 아이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빼앗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우리가 찾아야 할 더 오래가는 해답일 것입니다.
[출처]
https://naver.me/GEdbkx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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