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에 좋다는 바나나, 마트 운영자가 과일 진열대에서 느낀 변화

 



마트에서 과일 코너를 살펴보다 보면 소비자의 관심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예전에는 색이 예쁘고 크기가 크며 당도가 높은 과일이 가장 먼저 선택됐다.


물론 지금도 맛은 중요한 기준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맛만큼 건강을 생각하며 과일을 고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당뇨가 있는데 어떤 과일이 괜찮은지, 혈압이 높을 때 어떤 과일을 먹어야 하는지, 하루에 얼마나 먹는 것이 좋은지를 묻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에는 바나나가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중간 크기의 바나나 한 개에는 약 422㎎의 칼륨이 들어 있고, 칼륨이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 관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체장애로 유산소 운동을 충분히 하기 어려운 나에게도 관심이 가는 이야기였다.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데 제약이 있다 보니 무엇을 먹고 얼마나 먹을 것인지가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고객이 바나나 앞에서 망설이는 이유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고객이 바나나 한 송이를 들었다가 내려놓고 다른 바나나를 다시 살펴보는 모습이다.


바로 먹을 것인지 며칠 동안 두고 먹을 것인지, 너무 익지는 않았는지, 가족이 다 먹을 수 있는 양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어느 날 한 고객이 바나나를 보며 혈압에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 매일 먹어도 괜찮은지 물었다. 바나나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졌지만, 몇 개를 먹어야 하는지와 누구에게나 좋은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듯했다.


나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기존의 과자나 빵을 대신해 중간 크기의 바나나 한 개를 간식으로 먹는 정도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식사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바나나를 여러 개 추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과일도 식품이고 당과 열량이 있다. 몸에 좋다는 이유로 제한 없이 먹는다면 체중과 혈당 관리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칼륨은 나트륨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바나나가 혈압 관리 과일로 소개되는 이유는 칼륨 함량 때문이다.


우리 몸에 나트륨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수분이 함께 증가하고 혈액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칼륨은 신장에서 나트륨이 소변으로 배출되도록 돕기 때문에 충분한 섭취가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성인의 혈압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충분한 칼륨을 섭취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이는 바나나를 많이 먹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칼륨은 고구마와 감자, 콩, 시금치, 토마토, 여러 과일에도 들어 있다. 바나나는 그중에서 보관과 섭취가 비교적 편리한 식품이다.


혈압 관리의 핵심도 칼륨이 들어 있는 식품을 추가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평소 먹는 나트륨을 줄이는 행동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라면을 먹고 바나나를 먹는다고 해서 라면 국물에 들어 있는 나트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찌개와 국의 국물을 줄이고,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덜 먹고, 짠 양념을 적게 사용하는 습관이 우선이다.


운동이 어렵다면 식탁에서 할 수 있는 것


나는 지체장애로 인해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걷기나 달리기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건강관리를 모두 포기할 수는 없다.


운동에 제약이 있는 만큼 먹는 양을 무조건 크게 줄이기보다 음식의 구성을 바꾸려고 한다. 배고픔을 무조건 참으면 오히려 한 번에 많이 먹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추가’보다 ‘교체’다.


오후에 먹던 과자 한 봉지를 바나나 한 개로 바꾸고, 달콤한 음료 대신 물이나 무가당 차를 선택한다. 짠 반찬을 여러 가지 올리기보다 싱겁게 조리한 채소 반찬을 늘린다.


바나나를 먹는 날 다른 과일까지 많이 먹었다면 추가 간식은 줄이는 것이 좋다. 견과류와 함께 먹을 때도 한 줌 이상을 무심코 먹지 않도록 양을 미리 정해두는 편이 낫다.


이런 변화는 눈에 띄는 결과를 바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매일 반복하기 어렵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건강관리는 며칠간 무리해서 실천하는 것보다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제철 과일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


바나나는 사계절 내내 만날 수 있는 친숙한 과일이다. 가격 변동이 비교적 크지 않고 껍질을 벗기면 바로 먹을 수 있어 1인 가구와 어르신 고객도 많이 찾는다.


그렇지만 마트에서 일하는 나는 바나나만큼 제철 과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복숭아가 맛있을 때는 복숭아를, 포도가 제철일 때는 포도를, 사과와 배가 좋은 계절에는 그 과일을 적당량 먹으면 된다. 다양한 과일을 번갈아 먹으면 한 가지 영양소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일의 종류보다 양이다. 큰 접시에 여러 과일을 한꺼번에 담으면 얼마나 먹었는지 알기 어렵다. 처음부터 먹을 만큼만 덜어놓고 천천히 먹는 편이 좋다.


과일주스보다는 생과일을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스는 빠르게 마실 수 있어 과일을 직접 씹어 먹을 때보다 많은 양을 섭취하기 쉽다. 시럽이 들어간 바나나 음료와 바나나맛 과자도 생바나나와는 다르다.


신장 기능이 좋지 않다면 꼭 확인해야 한다


바나나 섭취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사람은 신장질환이 있는 사람이다.


건강한 신장은 몸에 필요하지 않은 칼륨을 배출한다. 하지만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칼륨이 몸에 쌓여 고칼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근육 약화나 부정맥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고혈압약과 심장약도 칼륨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신장질환이 있거나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바나나와 칼륨 보충제의 섭취량을 스스로 늘리지 말아야 한다.


혈압 관리를 위해 저염 소금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성분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부 소금 대체 제품에는 나트륨 대신 칼륨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혈압 관리의 첫 단계는 측정이다


건강에 좋다는 과일을 고르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자신의 혈압을 확인하는 것이다.


혈압은 높아도 뚜렷한 증상이 없을 수 있다. 바나나를 먹고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는 느낌만으로 혈압이 좋아졌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가정용 위팔 혈압계로 아침과 저녁에 측정하고 날짜와 시간을 함께 기록하면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혈압이 계속 높게 나오거나 기존과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면 음식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마트 진열대에는 수많은 건강식품과 과일이 놓여 있다. 하지만 어느 한 가지 음식이 건강을 책임져 주지는 않는다.


바나나 한 개는 좋은 간식이 될 수 있다. 다만 짠 음식을 줄이고, 전체 식사량을 조절하며, 제철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먹고, 혈압을 꾸준히 확인할 때 그 선택도 의미가 생긴다.


결국 혈압 관리는 어떤 과일이 최고인지 찾는 일이 아니다. 매일의 식탁을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 신장질환이나 당뇨병이 있거나 혈압 관련 약을 복용 중이라면 개인별 과일 섭취량을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4656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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