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셋을 키우며 배운 것, 아이 안전은 ‘하지 마’보다 환경이 먼저다
아들 셋을 키우는 동안 집 안이 조용하면 오히려 불안할 때가 있었다.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무언가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소파 쿠션을 쌓아 높은 곳에 올라가기도 했고, 의자를 끌어다 선반 위 물건을 꺼내려 한 적도 있었다. 한 아이가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면 형제들이 금세 따라 했다.
그때마다 “올라가지 마”, “창문 근처에 가지 마”라고 말했지만 부모의 말이 아이의 호기심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최근 경기 용인의 한 민간 어린이집에서 두 살 아이가 열린 창문으로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아이는 외상성 간 손상과 팔 골절 등으로 중환자실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관할 구청은 CCTV와 안전점검 자료를 확인하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시설 측의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누구의 잘못인지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다만 어린아이의 행동 특성과 시설 안전에 관해 우리가 무엇을 놓쳤는지는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막내가 창가로 의자를 끌고 갔던 날
세 아들 중 막내가 어렸을 때였다. 거실 창문 밖에서 공사 차량이 움직이는 소리가 나자 아이가 바깥을 보고 싶어 했다. 키가 작아 잘 보이지 않자 작은 의자를 창가까지 끌고 갔다.
나는 바로 곁에 있었지만 아이가 의자를 가져오는 것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장난감을 올려놓으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는 의자 위에 올라가 창틀을 잡고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다행히 곧바로 내려오게 했지만 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위험한 행동은 아이가 특별히 말을 듣지 않아서 생긴 것이 아니었다. 바깥이 궁금했고, 높은 곳에 올라가면 더 잘 보인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낸 것뿐이었다.
그날 이후 창문 근처에 의자와 수납장을 두지 않았다. 창문에는 아이가 쉽게 조작할 수 없는 잠금장치를 달았다. 아이에게 주의를 주는 것과 동시에, 아이가 올라가고 싶어도 올라가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 것이다.
이번 어린이집 사고 보도에서 피해 아동의 부모는 창문 앞에 교구함 등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실관계는 조사로 확인돼야 하지만, 가구가 아이에게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위험만큼은 가정과 어린이집 모두 기억해야 한다.
아이는 위험을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
어른은 높은 창문 앞에서 추락 가능성을 계산한다. 두 살 아이는 창밖의 풍경과 바람에 먼저 관심을 보인다.
“떨어지면 크게 다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해도 그 결과를 어른처럼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순간적인 호기심이 이전에 들은 주의보다 앞설 수 있다.
그래서 영유아 시설의 안전관리는 아이가 규칙을 잘 지킬 것이라는 기대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된다. 아이가 실수하고, 뛰고, 올라가고, 교사가 잠시 다른 아이를 돌보는 상황까지 전제로 설계돼야 한다.
좋은 안전시설은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행동해서 사고를 막는 시설이 아니다. 누군가 잠깐 실수해도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막아주는 시설이다.
세 아이를 동시에 지켜본다는 것
아들 셋이 모두 어렸을 때는 한 아이만 집중해서 보기 어려웠다. 첫째가 물을 달라고 하고, 둘째가 장난감을 찾는 동안 막내가 다른 방으로 걸어가는 일이 흔했다.
부모 한 명이 세 아이를 돌볼 때조차 시선이 분산된다. 어린이집 교사는 여러 영유아의 식사와 배변, 다툼, 울음, 낮잠을 동시에 살펴야 한다. 아무리 책임감 있는 교사라도 모든 아이를 매초 바라볼 수는 없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교사의 책임을 가볍게 하자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교사의 주의력에만 의존하지 않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창문 보호대, 개방 제한 장치, 안전 잠금장치와 적절한 가구 배치는 교사가 잠깐 다른 아이를 돌보는 순간에도 사고를 막아주는 두 번째 보호자다.
방충망이 있어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가정에서도 방충망이 닫혀 있으면 창문이 막혀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방충망은 벌레의 유입을 막기 위한 시설이지 사람의 추락을 견디도록 만들어진 구조물이 아니다.
어린이집 평가 관련 자료에도 방충망은 창문 보호대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바닥에서 창문 하단까지 높이가 120cm 이하인 2층 이상의 창문에는 영유아 추락 방지를 위한 보호대 설치 여부를 확인하도록 안내한다.
특히 창문 아래에 책상이나 교구장이 있다면 아이가 실제로 올라갔을 때의 높이를 기준으로 위험을 판단해야 한다. 바닥에서 창문까지의 거리만 재서는 충분하지 않다.
부모가 어린이집을 볼 때 놓치기 쉬운 것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부모는 선생님의 인상, 교육 프로그램, 식단과 통학 거리 등을 주로 살펴본다. 모두 중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시설 안전도 그만큼 자세히 확인해야 한다.
나는 아이를 키울 때 “괜히 까다로운 부모로 보이면 어쩌지”라는 생각으로 질문을 삼킨 적이 있다. 하지만 안전에 관한 질문은 누군가를 의심하는 행동이 아니다. 어린이집과 부모가 위험 요소를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다.
상담이나 시설 공개 시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다.
- 낮은 창문에는 고정된 보호대가 설치되어 있는가
- 아이가 창문 잠금장치를 직접 열 수 있는가
- 환기할 때 아이들은 어디에서 생활하는가
- 창문 앞에 밟고 올라갈 가구가 놓여 있지는 않은가
- 안전점검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누가 언제 보수하는가
질문에 대한 답뿐 아니라 실제 현장의 상태를 함께 보는 것이 좋다.
사고가 난 뒤에만 안전을 이야기하지 않으려면
큰 사고가 발생하면 며칠 동안 비판과 대책이 이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관심이 줄어들고 점검표는 다시 익숙한 행정업무가 되기 쉽다.
이를 막으려면 안전점검 결과가 실제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보호대가 느슨하면 즉시 보수하고, 창문 앞에 새 교구장을 배치했다면 위험성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 비탈면 건물처럼 외부 높이가 일반적인 층수와 다른 곳은 실내에서 보이는 층수만으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부모가 확인한 위험을 부담 없이 알리고 어린이집이 방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도 필요하다.
아이를 혼내기 전에 환경부터 바꾸자
세 아들을 키우며 내가 가장 크게 바꾼 것은 아이들을 혼내는 횟수가 아니라 집 안의 배치였다.
위험한 물건을 높은 곳으로 옮기고, 가구가 넘어지지 않게 고정하고, 창가에서 의자를 치웠다. 아이에게 같은 말을 백 번 반복하는 것보다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바꾸는 편이 효과적이었다.
어린이집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아이의 호기심을 없앨 수는 없지만 그 호기심이 추락 사고로 이어지는 길은 끊을 수 있다.
이번 사고로 다친 아이가 하루빨리 회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한 경찰과 구청의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고, 필요한 제도와 시설 개선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안전은 아이에게 “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이가 그 말을 잊더라도 다치지 않게 지켜주는 환경까지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053/000006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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