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월 25만 원이 정답일까? 세무사 준비생 아들과 세운 현실적인 계획
며칠 전 저녁,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25살 큰아들의 방에 잠시 들어갔다.
책상에는 세법과 회계학 책이 여러 권 펼쳐져 있었고, 계산기 옆에는 강의 내용을 정리한 노트가 놓여 있었다.
매일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다.
그날은 책상 한쪽에 놓인 청약통장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얼마 전 유튜브에서 “수도권 공공분양은 오래된 청약통장이 없으면 당첨되기 어렵다”는 내용의 영상을 본 뒤였다.
공공분양 당첨자의 납입 인정금액이 2,000만 원을 넘고, 일부 인기 지역은 3,000만 원에 가까웠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아들에게 청약통장에 매달 얼마를 넣고 있는지 물었다. 아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 시험도 준비 중이고 당장 집을 살 것도 아닌데, 지금부터 많이 넣어야 해요?”
아들의 질문을 듣는 순간 무조건 월 25만 원을 넣으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청약통장의 월 납입 인정 한도가 25만 원으로 올라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금액이 모든 사람에게 정답인지는 별개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기본서와 문제집을 구입해야 하고 인터넷 강의도 들어야 한다. 공부 기간이 길어지면 생활비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들의 미래를 생각해 청약통장도 일찍 준비해 주고 싶다. 그러나 미래의 집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현재 가장 중요한 시험공부와 생활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아들에게 당장 큰 금액을 넣으라고 말하는 대신 청약통장의 구조부터 함께 살펴보자고 했다. 세금도 소득의 종류와 공제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듯, 청약 역시 공공분양인지 민영주택인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아들도 세무 공부를 하다 보니 숫자만 보고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 그 숫자가 어떤 기준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잘 이해했다.
결국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월 25만 원을 넣어야 하는가”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큰아들이 앞으로 어떤 주택을 목표로 할지, 현재 얼마까지 부담할 수 있는지, 청약통장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를 함께 생각해야 했다.
청약통장 월 납입 인정 한도 25만 원의 의미
2024년 11월부터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월 납입 인정 한도가 기존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상향됐다.
여기서 ‘인정 한도’라는 표현을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청약통장에 돈을 많이 넣었다고 해서 모든 금액이 공공분양 납입 실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 달에 인정되는 최대 금액이 25만 원이라는 의미다.
공공분양 일반공급 가운데 전용면적 40㎡를 초과하는 주택은 같은 순위에서 경쟁할 때 청약통장 저축 총액이 많은 사람이 유리하다. 이런 주택을 장기적으로 목표로 한다면 월 25만 원씩 납입해 인정금액을 쌓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청약저축을 유지해 온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월 10만 원까지 인정됐기 때문에 2,000만 원을 쌓으려면 약 200개월, 즉 16년 이상을 꾸준히 납부해야 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거나 아직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이 수십 년간 납입한 사람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다. 인기 있는 수도권 공공분양 일반공급이 젊은 사람에게 불리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앞사람과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 곧 청약통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납입을 중단하면 시간이 지나도 인정금액은 늘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지금부터 형편에 맞게 유지하면 가입 기간과 납입 실적은 계속 쌓인다.
모든 청약이 저축 총액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아들과 청약통장을 살펴보면서 가장 먼저 확인한 부분은 공공분양 일반공급의 기준을 청약 전체에 적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주택청약은 크게 공공분양과 민영주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급 방식도 일반공급과 특별공급으로 나뉜다. 특별공급에는 생애최초, 신혼부부, 다자녀, 신생아, 노부모 부양 등 여러 유형이 있다.
특별공급은 유형에 따라 소득과 자산, 혼인 기간, 자녀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과 납입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모든 특별공급이 청약통장에 돈을 많이 넣은 사람부터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분양 일반공급에도 일정 조건을 충족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추첨 물량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납입 인정금액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당첨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민영주택 청약은 기준이 또 다르다. 민영주택은 신청 지역과 주택 면적에 맞는 예치금을 충족한 뒤 가점제나 추첨제 등을 통해 당첨자를 정한다. 공공분양처럼 청약통장 납입 인정금액만으로 모든 순서가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다.
결국 유튜브에서 말하는 “청약을 포기하라”는 표현은 수도권 인기 공공분양 일반공급의 치열한 경쟁을 강조한 말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하다. 그 말을 청약통장 전체가 필요 없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시험 준비생에게 월 25만 원은 적지 않은 돈이다
매달 25만 원이면 1년에 300만 원이다. 사회생활을 하고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사람에게도 가볍지만은 않은 금액이다.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는 더욱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최소 금액만 넣는 것이 항상 유리한 것도 아니다. 큰아들이 앞으로 공공분양 일반공급을 목표로 한다면 월 25만 원을 납입하지 않은 기간만큼 다른 사람과의 인정금액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나는 아들에게 지금 당장 하나의 정답을 정하기보다 단계별로 계획을 세우자고 말했다.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공부와 생활에 부담이 없는 금액으로 통장을 유지하고, 합격 후 소득이 생기면 월 납입액을 늘리는 방법이다. 이후 결혼이나 독립을 계획하는 시점이 오면 공공분양과 민영주택 중 어느 쪽이 더 적합한지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청약통장은 한 번 정한 금액을 평생 똑같이 넣어야 하는 상품이 아니다. 자신의 소득과 주거 계획이 달라지면 납입 전략도 조정할 수 있다.
우리 부자가 정한 세 가지 원칙
아들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청약통장을 관리하는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당장 사용할 계획이 없더라도 청약통장을 성급하게 해지하지 않기로 했다. 통장을 해지하면 그동안 쌓은 가입 기간과 납입 실적을 되돌리기 어렵다. 지금은 필요 없어 보여도 몇 년 뒤에는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
둘째, 현재 생활을 무너뜨리면서까지 무리하게 납입하지 않기로 했다. 큰아들에게는 지금 세무사 시험 준비가 우선이다. 공부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면서 청약통장에 돈을 넣는 것은 순서가 바뀐 준비일 수 있다.
셋째, 최소 1년에 한 번은 청약 조건을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청약제도는 변경될 수 있고 아들의 소득과 직업, 거주지역, 결혼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적절한 전략이 몇 년 뒤에도 그대로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렇게 원칙을 세우고 나니 아들도 청약통장을 단순히 돈이 묶이는 통장으로 보지 않았다. 당첨을 보장해 주지는 않지만 미래에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남겨주는 통장이라는 점에는 공감했다.
오래된 청약통장은 해지 전에 확인해야 한다
부모나 조부모가 오래전에 가입한 청약저축을 보유하고 있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과거의 청약저축은 특정한 세대주 변경 사유 등이 있을 때 명의변경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가족이라면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증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의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원칙적으로 가입자가 사망해 상속하는 경우 외에는 명의변경이 제한된다. 가입 시점과 통장 종류에 따라 기준이 다르므로 오래된 통장을 발견했다면 임의로 해지하거나 전환해서는 안 된다.
가입 은행에 통장 종류와 최초 가입일, 납입 인정금액, 인정 횟수, 명의변경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오래된 통장에는 돈만으로 다시 만들 수 없는 시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청약통장을 포기하기 전에 목표부터 정해야 한다
청약통장은 무조건 많이 넣는다고 모든 주택에 유리한 것도 아니고, 오래된 통장이 없다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공공분양 일반공급의 납입금 경쟁을 목표로 한다면 월 25만 원 납입이 유리할 수 있다. 특별공급을 준비한다면 자신이 해당하는 유형의 소득·자산 기준과 납입 횟수를 확인해야 한다. 민영주택을 생각한다면 지역별 예치금과 가점제·추첨제 비율을 살펴봐야 한다.
큰아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내가 내린 결론은 ‘포기하지 말되 무리하지도 말자’는 것이었다.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지금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으로 통장을 유지하고, 합격 후 안정적인 소득이 생기면 그때 납입액을 다시 조정하면 된다. 부모가 자녀의 집을 바로 마련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미래에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함께 준비해 줄 수는 있다.
청약통장은 집을 약속해 주는 통장이 아니다. 그렇지만 준비를 계속한 사람에게만 열리는 기회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남들이 이미 멀리 앞서 있다는 이유로 포기하기보다 나의 형편과 목표에 맞게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청약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 청약 기준은 주택 유형과 지역, 입주자모집공고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청약 전에는 청약홈과 LH청약플러스의 최신 모집공고문을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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